성공회성당과 경운궁 담
2022. 12. 16. 11:55ㆍeveryday photo
세종대로에 있는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의 모습이다. 눈에 흠뻑 젖은 성당의 모습은 고즈넉하고 예스럽다. 마음의 평온과 잔잔한 웃음을 선사하는 성당과 그 옆 조그만 찻길은 평범한 일상의 작은 재미이기도 하다. 그 옆을 성당보다 더 오래 지켜온 경운궁(현 덕수궁)의 담과 기와도 아름답다. 조선 시대와 대한국 시대, 그리고 일제 강점기를 지나 해방과 전쟁,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시대의 여정을 지켜봤을 경운궁과 성당은 매해 내리는 눈을 담아내어 추위를 견디어 냈을거다. 우리 선배들의 희로애락(喜怒哀樂), 나라의 명암을 공간에 담고 있는 세종대로의 건축들은 현재의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을까. 헛된 욕망을 버리라고, 권력의 단맛에서 벗어나라고, 시대의 흐름에 몸을 맡기라고, 삶은 흘러가는 것이니 부질없이 붙잡지 말라고 그런 말들을 던져줄까? 무엇이건 이 시대는 견디기 어려운 분노를 자아내고, 폭발할 것 같은 답답함을 더욱 채우고 있다. 길을 나서라고 그래야 한다고 경운궁의 담과 성당이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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