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17. 21:19ㆍ파놉틱 정치 읽기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면 국가도 지도자도 존립할 수 없다. 무신불립(無信不立)
『논어』 「안연」에서 공자와 공자의 제자 자공의 문답 내용이다.
자공이 공자에게 정사(政事)를 물으니,
공자, “양식을 풍족하게 하고 군대와 병기를 풍족하게 하면 백성들이 신의를 지킬 것이다.”
자공, “반드시 부득이해서 버린다면 이 세 가지 중에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
공자, “병을 버려야 한다.”
자공, “반드시 부득이해서 버린다면 이 두 가지 중에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
공자, “양식을 버려야 하니, 예로부터 사람은 누구나 다 죽음이 있거니와 사람은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
공자는 국방보다 민생을 중시했고, 민생보다 백성들의 국가에 대한 신뢰를 중시했다. 국가와 지도자에 대한 신뢰가 없는 백성이 나라를 지킬 리가 만무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 한국의 경제를 위한 어쩔 수 없는 결단이라고 주장한다. 국민의 60%가 반대하는 강제 징용 제3자 변제 방식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인다. 국민의 신뢰가 땅으로 떨어지고 있다. 사실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의 핵위협을 막을 방법은 대화를 통한 해결이거나 아니면 ‘공포의 균형’으로서 핵 보유다. 대화의 방식은 북한이 할 턱이 없으니, 핵 보유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이 문제는 미국이 들어줄 리 없다. 핵을 갖고 있지 않은 일본과의 안보협력이 어떤 의미인가? 우리 사법부의 판결을 뒤집으면서까지 해야할 일인가.
둘째, 한국의 미래 경제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한다. 지금까지 한 번도 대일무역에서 흑자인 적이 없었다. 수출 제한을 푼다고 적자가 흑자로 돌아설 일도 없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우리 국민의 땀과 노력으로 일본 제품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매우 낮아졌다. 수입의존도는 2018년 32.6%에서 2022년 21.9%로 10.7%p(포인트) 감소했다. 반도체 품목 수입액 중 일본 비중은 2018년 34.4%에서 2022년 24.9%로 9.5%p 감소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공정 핵심 소재 3가지 품목도 마찬가지로 대폭 의존도가 줄어들었다. [포토레지스트(93.2%→77.4%), 불화수소(41.9%→7.7%), 불화폴리이미드(44.7%→33.3%)]
족병(足兵)도 족식(足食)도 안 되는 일을 하면서 국민의 신뢰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강제 징용 피해자도 반대하고 국민도 반대하는 일을 하고 있는 대통령을 누가 좋아하겠나. 무신(無信)이면 불립(不立)이다. 이제 그만합시다. 지금까지 1년도 채 안 되는 시간도 힘들었는데, 국민들에게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뭘 하려거든 국민에게 묻고 토론하고 설명하고 안 되면 설득하고 그래서 신뢰를 얻고 시작하시라. 대통령 한 사람의 생각과 결단보다야 훨씬 더 많은 국민들의 생각과 판단이 더 낫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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