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실패하고 국가가 돌아오면 세상은 편안할까?

2008. 9. 24. 21:13discourse & issue

 

 

요즘 핫이슈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물신'으로 자리했던 시장의 실패라는 용어다. 미국 금융산업의 몰락 앞에서 시장의 실패는 확인된 것 같다. 그래서 이제 그 자리에 국가가 돌아와야 한다는 주장이 득세하고 있다.

시장도, 국가도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광풍처럼 휘몰아쳤던 시장의 힘 앞에 무기력했던 다수의 없는 사람들이, 이제 다시 광풍추럼 휘몰아쳐 올 국가의 힘 앞에서는 당당할 수 있을까?

신자유주의세계화를 외쳤던 그 국가가 아무런 반성과 책임없이 다시 시장 위에 군림한다면 그것이 올바른 길일까?

국가라는 표상 앞에 군말없이 따라야 하는 시민들의 삶이 행복할까? 그들은 이제 2 대 8의 사회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다시 국가가 시민 위에 군림하며 또 다른 방식의 2 대 8 사회를 만들지 않을까?

자유로운 공동체의 자유로운 발언과 공론의 장이

공동체적 가치와 평등한 시장적 균형이

이런 것이 우리의 논의의 중심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20세기 국가라는 이름 앞에 수없는 희생과 피해를 당했던 그 역사가 다시 돌아오는 것은 막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갑갑한 21세기는 이렇게 가고 있다.

 

통제받지 않는 자본’이 ‘시장 불안정’ 키웠다

[시장신화의 몰락] ① 전환점에 선 신자유주의
과도한 금융자본 팽창, 과잉 유동성 위기 초래
규제 완화 통한 ‘작은 정부 큰 시장’ 제동 걸려
한겨레 정남기 기자
미국발 금융위기는 시장만능주의 신화가 얼마나 취약한 토대 위에 서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규제 완화를 내세우던 시장주의자들과 금융자본은 몰락의 위기에 몰리자 국가의 지원과 개입을 되레 앞장서 주장하고 있다. 세 차례에 걸쳐 국가와 시장, 금융과 실물의 바람직한 관계상을 찾아보고, 미국발 금융위기를 교훈 삼아 우리 경제의 체질을 튼튼히 할 방안을 찾아본다.

“자본주의가 역사의 전환점에 섰다.” 미국 월가를 대변하는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의미심장한 화두를 꺼냈다. 30~40년 주기로 이뤄져온 자본주의의 큰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과 유럽의 언론들은 이번 위기가 명백한 ‘시장의 실패’라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정부 개입 최소화와 시장 주도의 경제를 부르짖는 신자유주의의 위기라고 설명한다. 일부에선 ‘국가의 귀환’이란 표현까지 등장한다.

그러나 시장의 후퇴와 국가의 등장이 경제시스템의 지형을 어디까지 변화시킬지는 알 수 없다. 20세기를 거치면서 자본주의는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를 반복해 왔지만, 지금 전세계 금융시장은 이미 하나로 통합된 상황이다. 과거와 같은 정부 주도 시스템으로 돌아가기도 쉽지 않다. 금융위기가 시장과 국가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시장과 국가는 각각 실패를 반복하면서 서로 주도권을 내주며 자본주의를 발전시켜 왔다. 100년 전쟁이라고 할 만한 대립과 갈등의 역사다. 자유방임적인 시장경제를 신봉하던 1940년대 이전의 자본주의는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으로 치명상을 입고 ‘시장의 실패’로 귀결됐다. 자유방임은 시장의 독점을 불러왔고, 오히려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다수 국민은 무지와 가난 속에서 건전한 소비계층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 완전고용을 목표로 했던 복지국가 이념도 재정적자 심화와 만성적 인플레이션으로 ‘정부의 실패’를 낳고 말았다. 정부개입 축소, 민영화, 규제 철폐를 뼈대로 한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신자유주의로 불리는 시장경제의 귀환이었다. 그러나 자본의 배분을 담당하는 금융까지 시장원리에 내맡기면서 과도한 금융자본의 팽창을 가져왔다. 이는 과잉 유동성과 거대한 부동산 거품을 불러왔고, 금융위기의 씨앗을 잉태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학술세미나에서 이를 ‘신금융자본주의’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세계 금융자산의 규모는 1980년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109%에 불과했으나 2005년에는 317%로 급증했다. 미국은 400%가 넘는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연구실장은 “금융자본이 팽창하면서 통제받지 않는 자본의 이동과 증식으로 금융시스템의 불안정 요인이 잠복해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금융위기를 1930년대 대공황과 맞먹는 것으로 비유하고 있다. 다만 중앙은행 독립, 예금보험제도, 금산분리장치 등이 마련돼 있어 당시와 같은 파국을 피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작은 정부, 큰 시장’이란 시장지상주의에 제동이 걸릴 것은 분명하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규제 완화 정책들은 미국과 영국에서 30여년 전 시작돼 이번에 사망선고를 받은 것들이다.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금융위기를 파생상품 등에 대한 감독 부실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위기의 근본 원인은 오히려 과잉 유동성과 이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거품에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그 밑바닥에는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 비대해진 금융자본이 존재한다. 미시적인 금융감독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자체의 위기라는 얘기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시스템 안정성을 위해 적절한 정부 개입을 통한 시장설계가 필요하다”며 “그런 장치가 마련돼야 시장경제가 더욱 활발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교훈을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남기 선임기자 jnamki@hani.co.kr

그 많은 시장주의자들은 어디로 다 갔을까
‘골드만삭스 CEO 출신’ 폴슨 재무장관이 구제금융 주도
시장자율 외치다 문제만 생기면 국가개입 요구 ‘두 얼굴’
한겨레 김경락 기자
그 많던 시장주의자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1980년대 초 규제완화와 감세를 핵심 내용으로 한 ‘레이거노믹스’를 시작으로 20여년간 전세계 경제는 금융자본주의가 지배했다. 수조달러 규모로 조성된 헤지펀드는 감독도 제대로 받지 않으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했고, 소매금융 중심의 상업은행은 ‘첨단 금융공학 기법’으로 무장한 투자은행(IB)에 금융산업의 맹주 지위를 내줬다.

이런 변화는 ‘정부 개입은 악, 시장은 선’으로 간주하는 시장만능주의 이데올로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계획 경제였던 동구권이 1980년대말 붕괴하자 “역사의 종언”(프랜시스 후쿠야마)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내며 시장주의의 승리를 자축했다.

그랬던 이들이 이제 ‘새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치명적인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을 구해내기 위해 천문학적인 구제금융 처방을 내놓고 있는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시장주의자들의 천국인 미국 1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월스트리트의 시장주의자들까지 이제껏 금기시했던 정부의 시장 개입을 주도하고 있거나, 더 강력한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은행(WB) 부총재를 지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은행들이 평소엔 외부의 제안과 충고를 일절 거부하면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의 개입을 요구한다”며 “현 사태는 무능과 위선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근거없는 ‘낙관’…정책 ‘난맥’…
미 금융위기 계기 “정부 위험관리시스템 점검 시급” 지적
한겨레 김경락 기자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국내 금융감독시스템과 금융당국자들이 위기 발생의 위험 요소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구조와 능력을 갖고 있는지도 되돌아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단 금융위기 대응 방식부터 도마에 오른다. 먼저 이달 초 ‘9월 위기설’ 논란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지만,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이라며 금융시장 불안을 ‘불순 세력’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했다. 미국발 태풍의 전조는 전혀 짚어내지 못했다.

지난주 리먼브러더스 등 미국 금융회사들이 줄줄이 무너지며 본격적인 태풍이 불어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임승태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등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들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 등의 뜬금없는 낙관론을 내놨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정부 관계자들 발언을 지켜보면, 단기적인 시각에 머물러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것만큼 시장에 신뢰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시스템 자체의 난맥상도 거론된다. 금융시장은 외환시장-주식시장-채권시장이 한 몸통으로 움직이고 있으나, 각 시장의 감독과 정책은 서로 다른 조타수가 맡고 있다. 금융정책 전반은 금융위원회, 시장 감독은 금융감독원, 국제 금융시장과 환율 정책은 기획재정부가 책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신속한 상황 진단과 시의적절한 처방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해도 각 당국이 좌충우돌하거나 뒷북 정책만 되풀이하는 일이 반복적으로 빚어지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미국에선 금융위기 확산 경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려고 규제를 강화하려는 마당인데, 정작 감독 시스템이 훨씬 취약한 우리는 거꾸로 가려 한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기사등록 : 2008-09-23 오후